HK사설


한국한의원 원장님께서 전하는 글

제목흐르지 못한 연못, 그리고 머리 속에 갇힌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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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26-08-03

속 깊은 곳에는

오래전부터 맑은 물이 흐르던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시원한 물은 연못을 채우고,

다시 아래 계곡으로 흘러내렸습니다.

 

늘 흐르던 물은 맑고 투명했고,

숲의 새들과 짐승들은

그 연못 곁에서 쉬며 더위를 견뎠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유난히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비는 줄고 바람은 뜨거워졌으며,

연못으로 들어오는 물길은 점점 약해졌습니다.

 

어느 날 밤,

산에서 굴러내린 낙엽과 흙더미가

작은 물길 하나를 막아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조금 탁해졌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동물들은 그렇게 말하며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못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맑던 물은 점점 흐려지고,

수면에는 찌꺼기가 떠다니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좋지 않은 냄새까지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연못에는 여전히

물이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물은 그대로 있는데

생명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던

늙은 학 한 마리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연못이 더러워진 것은

새로운 것이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흘러야 할 물이

흐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물 자체가 아니라

흘러야 할 길이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동물들이 서둘러 낙엽을 걷어내고

막힌 물길을 열어주자,

조금씩 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탁했던 물은 다시 맑아지고,

냄새는 사라졌으며,

죽어가던 연못은 조금씩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우리 몸도 이와 비슷합니다.

 

흔히 축농증이라 부르는 부비동염은

코와 부비동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분비물의 배출과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남아 있으며,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얼굴과 머리가 묵직하고 답답하며,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수면과 일상생활까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머리는 맑아야 판단이 맑아지고,

숨길이 편해야 몸과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폐(肺)의 흐름과 기혈의 순환,

그리고 머리로 올라가는 청기(淸氣)가

원활하지 못한 문제로 바라봅니다.

 

다만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고 해서

모두 코의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시야가 흐려지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어지럼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축농증으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증상은 허혈성 풍증과 같이

뇌혈류의 이상을 살펴야 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흐르면 맑아지고,

막히면 쌓인다.”

 

몸도 마음도 같습니다.

 

눈물이 오래 막히면 슬픔이 되고,

분노가 오래 고이면 화병이 되며,

콧물과 염증이 오래 머물면

부비동의 답답함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래서 여름철일수록

코와 숨길의 불편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내 몸속의 답답함은

어쩌면 흐르지 못한 곳을 돌아보고

다시 흐름을 회복해 달라는

몸의 조용한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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