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사설
한국한의원 원장님께서 전하는 글

― 자율신경·전신 조절 관점에서 본 통합 치료의 필요성 ―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더 이상 일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전 세계 장애 원인의 상위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공황장애와 불안장애의 유병률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안, 고용 불안정, 관계 단절, 과도한 경쟁 구조가 겹치며 마음의 병이 일상화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협력보다 경쟁을, 쉼보다 속도를 요구한다.
성과 중심의 평가, 비교와 낙오에 대한 두려움, 은퇴 이후의 불안,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둘러싼 구조적 위기는 개인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단절된 사회적 관계와 디지털 환경 속 고립감은 불안과 우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우울과 공황은 개인의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 조절 시스템에 누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현대 의학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주로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즉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조절 이상으로 설명한다.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는 급성 증상 완화와 재발 위험 감소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며,
실제로 단기 임상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 왔다.
그러나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약물 중단 시 재발률 증가, 졸림·무기력·인지 저하,
의존성과 습관성 등으로 치료 지속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례와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에게서는 약물로 인한 신체 변화가 다시 불안 신호로 해석되며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는 우울과 공황이 단순한 뇌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호흡, 심혈관, 소화, 수면 등 전신 조절 체계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최근 의학 연구에서도 이 질환들을 자율신경계의 조절 실패로 재조명하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고 부교감신경의 회복 기능을 억제한다.
그 결과 심계항진, 호흡 불안, 소화 장애, 수면 장애가 동반되며, 이러한 신체 증상이 다시 불안과 우울을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 심박변이도(HRV) 연구에서도 우울·공황 환자에게서 부교감신경 활성 저하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한의학은 이러한 전신적 조절 문제를 오래전부터 통합적으로 다뤄왔다.
우울과 공황을 심(心)·폐(肺)·간(肝)·비(脾)의 기능 불균형과 기혈 순환 장애로 이해하며,
이는 현대 의학의 자율신경·호흡·소화·면역 조절 개념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침 치료, 한약 치료, 호흡 조절을 병행한 임상 연구에서 불안 점수 감소, 수면 질 개선, 자율신경 지표 회복 등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한방 치료의 핵심은 증상을 억지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스스로 안정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호흡이 안정되면 심박과 혈압이 조절되고, 수면이 회복되면 감정 조절 능력이 개선되며, 소화 기능이 회복되면 전신 에너지 대사가 살아난다.
탕약과 함께 백보심, 안심산, 내소산, 보폐산 등은 이러한 전신 조절을 돕는 처방으로 오랜 임상 경험 속에서 활용돼 왔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각박한 사회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조절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치료의 목적은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억누르는 데 있지 않다.
과학적 근거 위에서 한방 의학의 전신 조절 개념이 통합적으로 적용될 때,
우울과 공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며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정신적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건강한 삶을 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