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사설
한국한의원 원장님께서 전하는 글

중풍(뇌출혈·뇌경색)과 수전풍(파킨슨·파킨슨증후군)은 한의학에서 모두 풍병(風病)으로 불린다.
풍은 고대 의학서에서 “백병의 장(長)”이라 하여 치료가 어렵고 다루기 힘든 병의 상징이었다.
현대의학에서는 두 질환이 전혀 다른 기전처럼 보이지만, 한의학에서는 기혈(氣血)과 골수(骨髓)의 흐름과 안정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하나의 병리로 이해한다.
중풍은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신경 기능을 잃는 병이며, 수전풍은 도파민 감소와 신경 연결의 퇴행으로 떨림과 경직이 나타나는 병이다.
국제 신경학 연구(2022~2023)는 두 질환 모두에서 뇌혈류 감소·미세 염증·면역 저하·골수 약화가 공통적으로 관찰된다고 보고했다.
이는 한의학의 “기혈허약 → 경락불통 → 풍의 발동”이라는 병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중풍은 편마비·언어장애·어지럼·배뇨 장애를, 수전풍은 떨림·경직·불면·우울을 남긴다.
풍병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신경 손상 때문이 아니라 정기(正氣)와 골수의 소모, 즉 몸의 근본 에너지 저하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Brain, 2021)는 “골수 감소가 뇌신경 재생을 저해한다”고 밝혀, 한의학의 “신(腎)이 골수를 주관한다”는 원리와 일치한다.
노화가 두 질환을 급증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이가 들면 조혈 기능은 떨어지고 면역과 기혈 순환이 약해지며, NIH 보고에 따르면 70대 이후 중풍 위험은 5배 증가하고 파킨슨병도 급격히 늘어난다.
또한 Stroke(2020)은 중풍 환자의 치매 위험이 2~4배라 했고, Neurology(2021)는 파킨슨 환자의 절반이 장기적으로 인지저하를 겪는다고 발표했다.
결국 뇌혈류와 신경회로, 골수 기능의 약화가 치매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의학의 강점은 바로 이 기혈·장부·골수·신경·면역의 통합 회복에 있다.
본원에서는 중풍 치료에 백거풍(白祛風)과 거풍산(祛風散)을 활용한다.
백거풍은 기혈을 보하면서 경락의 막힘을 풀어 마비·저림·언어장애 회복에 뛰어나며, 거풍산은 풍을 내리고 혈맥을 열어 경직 완화와 뇌혈류 회복을 돕는다.
수전풍에는 백보심(白補心)과 안심산(安心散)이 핵심으로 쓰인다.
백보심은 신경 흥분과 불균형을 조절해 떨림·경직·불안을 완화하고, 안심산은 심혈·간혈을 보해 신경 재생을 촉진한다.
또한 중풍과 수전풍은 체질과 장부의 허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마다 다른 변증(辨證)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동일한 질환명 아래에서도 허증·실증, 담음·어혈, 기허·혈허 등 병리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별 맞춤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점이 한의학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이유이며, 임상에서는 이러한 섬세한 변증이 예후를 결정한다.
중의신경학 연구(2022)에서도 이들 처방이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와 운동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치료의 핵심은 풍을 다스리고(祛風), 기혈을 보하며(補氣血), 골수를 채우고(補腎填髓), 뇌를 안정시키는(安神) 통합적 접근이다.
학문적으로 서양의학은 급성기 치료에 강점을, 한의학은 재활·예방·재발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예방 또한 명확하다.
기혈과 골수를 지키기 위해 장부의 조화, 규칙적인 운동과 숙면, 혈압·혈당·지방 관리, 스트레스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침 치료와 탕약, 맞춤 처방이 더해질 때 풍병의 재발을 줄이고 삶의 질을 되찾을 수 있다.
“정기(正氣)가 충만하면 모든 병이 가까이 오지 못한다.”
이 오래된 한의학의 지혜는 오늘날 뇌·신경 질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풍병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올바른 치료와 생활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기혈과 골수를 안정시켜 마음과 몸의 균형을 되찾으시길 바란다.